43 | [인터뷰] 한성호 LOVE FNC 재단 이사장 나눔인터뷰 | 2016.02.04 |
‘LOVE FNC’재단 설립으로 기부 선순환 생태계 꿈꾸는 '대세' 연예 기획사 FNC 엔터테인먼트 한성호 대표
(▲결연아동에게 받은 선물을 들고 있는 한성호 대표. ⓒ 네이버 해피빈)
제가 사업을 하는 이유는요
FNC 엔터테인먼트 한성호(42) 대표는 인터뷰 중 여러 번 이렇게 말했다. 대부분 분위기를 가볍게 하기 위한 농담이었다. “제가 그렇게 안 보여도 곱게 자랐거든요” 하는 식이었다.
그 말이 농담으로만 들리지 않는 것은 실제로 한 대표에게는 보이는 것과 다른 점이 많기 때문이다. 국민 엔터테이너 유재석의 영입으로 명실상부하게 ‘대세’ 기획사가 된 FNC 엔터테인먼트의 대표 직함과, TV 예능 프로그램에 간간이 출연해 입담을 펼치면서 알린 개인의 캐릭터부터가 그리 일치되지 않는 느낌이다. 1999년 가수로 데뷔했었고, 드라마 ‘풀하우스’ OST 등을 만든 히트 작곡가 출신인 점도 알려질 때마다 의외라는 반응을 얻곤 한다.
그중에서 가장 의외인 것은 그가 설명한 “사업을 하는 이유”다. 서울 청담동 사무실에서 만났을 때 한 대표는
“이 사업 자체가 사회 공헌을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환하게 웃고 있는 LOVE FNC 씨엔블루 스쿨 아이들. ⓒ 기아대책)
나눔의 시작은 FT아일랜드 도서관 그리고 씨엔블루 LOVE FNC 1호 스쿨
인터뷰 시작과 동시에 한 대표가 “제가 그렇게 안 보이겠지만”이라고 말을 꺼냈다. “바쁘고 신경 쓸 게 많으면 몸에 탈이 잘 나곤 해요. 요즘도 좀 그러네요.”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작년 11월, 한 대표와 FNC 직원들, 소속 연예인 일부가 함께 필리핀으로 봉사활동을 다녀온 일로 이어졌다. “그때도 굉장히 바쁜 시기였어요. 갔다 와서 컨디션 조절을 못 하면 어쩌나 싶어서 가기 전에는 걱정이 많았어요.”
FNC가 해온 사회 공헌 활동은 사실 다 나열하기 어려울 만큼 많다. 특히 소속 가수‧연예인들을 통한 활동은 잘 알려져 있다. FT아일랜드가 2010년 코트디부아르에 어린이 도서관을 만든 일, 씨엔블루가 부르키나파소에 LOVE FNC 1호 학교를 설립한 일이 대표적이다. 2014년에는 ‘LOVE FNC’라는 이름의 사회 공헌 브랜드를 만들었고, 그해 10월 필리핀에
‘LOVE FNC’ 이름으로 두 번째 학교를 건축했다. 그리고 작년 10월, 에콰도르에 세 번째 학교가 지어졌다.
그럼에도 직접 해외봉사를 나간 것은 이번 필리핀 행이 처음이었다. 소속 연예인 몇 명도 자발적으로 따라왔다. “비행기도, 숙소도 일반적인 해외 활동보다 훨씬 불편했을 것이고, 일정이 힘들다 보니까 불평들이 쏟아져 나오면 어떻게 하나,
다음 봉사는 추진할 수 있을까 걱정이 되더라고요. 그런데 그 친구들이 ‘이렇게 우리만 편한 데 묵어서 아이들에게 미안하다’ 면서 ‘다음에 다른 동료들에게도 오자고 하겠다’고 하는 거예요. 마음들이 그렇게 예뻐서 그런가?바퀴벌레도 제 방에만 나오지 그 친구들 방에는 안 나오더라고요. 이런 설명에도 고개를 갸웃하게 된다. 이 정도 규모의 기획사라면 조금 더
‘공식적’인 형식으로 얼마든지 소속 연예인들을 사회봉사 현장에 보낼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런 느낌을 받을 수 없다.
한 대표는 “선한 일을 하는 것이 ‘이미지메이킹’으로 비치는 것이 싫다”라고 했다. 그 말을 뒷받침하는 것이 이번 필리핀 봉사 활동의 기사와 사진을 인터넷에서 찾아볼 수가 없다는 것이다. ‘봉사하는 연예인과 해맑은 어린이들 사진’이라는 최고의 홍보 방법을 쓰지 않은 것이다.
“지금까지 저희 가수, 연예인들이 사회 공헌 활동들을 꽤 해 왔는데, 모두 스스로가 공감하고 원해서 한 것이지 이미지를 위해서 권한 적은 한 번도 없어요. 그런 식으로 하면 거부감이 들 수 있고, 지속 가능하지도 않으니까요.”
대표적인 예가 배우 성혁이 KBS 2TV 퀴즈 프로그램 ‘1대 100’에 출연해서 탄 상금 전액을 미혼모 및 저소득 계층 청소년을 위해 기부한 일이다. 성혁은 MBC 드라마 ‘왔다 장보리’에서 미혼모의 딸 ‘장비단’의 친부 ‘문지상’ 역할을 하면서 느낀 바가 있어서 기부처를 직접 선택했다.
(▲본격적인 나눔을 시작하고자 LOVE FNC 재단을 설립한 한성호 대표. ⓒ 네이버 해피빈)
100개의 학교를 세우는 것이 목표입니다
다만 소속 연예인들이 자연스럽게 기부와 사회 공헌을 접할 수 있도록 최대한 분위기를 조성한다고. 모든 FNC 주최 공연마다 현장을 담은 동영상을 상영하고, '스타 애장품 온라인 경매' 등 이벤트를 통해 자연스럽게 기부에 참여하도록 유도하는 식이다. 한 대표뿐만 아니라 직원들까지 80여 명의 국내외 아동 1:1 결연 후원을 하고 있어서 자연스러운 나눔이 조금씩 확산되고 있다.
특히 그는 청소년에 대한 책임의식이 있다고 했다. “스타들은 청소년에게 강한 영향을 끼치고, 또 가장 큰 사랑을 받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베풀 수 있는 위치가 된다면 청소년, 어린이들에게 도움을 주었으면 해요. 그러면 또 그 아이들이 꿈을 키우면서 잘 자라날 수 있을 테니까요.”
지금까지 아동센터 지원, 학교 설립 위주로 사회 공헌을 해 왔고, ‘100개의 학교를 세운다’는 목표를 세운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런 계획에는 팬으로서의 청소년들도 포함된다. 언젠가부터 연예인들의 공연, 이벤트에 꽃보다는 쌀을 보내는 것이 문화가 됐는데, 이를 최대한 의미 있는 곳에 사용하려는 것이다. 그렇게 들어온 쌀 중 6t이 이번 필리핀 봉사 현장인 빈민촌에 기부됐다.그러고 보면 엔터테인먼트 기업은 사회 공헌을 위한 꽤 괜찮은 구조를 갖추고 있다. 대중들에게 소구력이 있는 연예인과 팬, 기업 등을 연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FNC가 ‘LOVE FNC' 이름으로 재단을 설립하고 본격적으로 사회 공헌 활동에 나서려는 것도 그런 맥락이다.
지난 12월에는 해피빈 재단과 함께 ‘정기콩저금’이라는 새로운 형태의 기부 캠페인을 시작했다. 오피니언 리더가 나눔 이슈를 전하면 여기 공감하는 네티즌들이 매달 꾸준하게 콩을 저금해서 기부하는 방식인데, ‘LOVE FNC 재단’을 통해서 한 대표와 소속 연예인들이 지속적으로 참여할 예정이다. 저금된 금액은 도움이 필요한 나라에 학교를 세우고 아이들의 올바른 성장을 돕는 일에 쓰인다.
(▲한성호 대표의 결연아동으로부터 온 편지와 선물. ⓒ 네이버 해피빈)
한 명이라도 더 도우려면 열심히 일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임직원만 150여 명, 소속 연예인들은 수를 다 헤아리기 어려울 만큼 큰 규모의 엔터테인먼트 회사에서 본업도 바쁠 텐데 얼마나 역량을 지속적으로 투여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은 든다. 생각이 같은 사람만 모여 있을 수는 없다는 한계도 있을 것이다.
이에 대해 한 대표는 “제가 초지일관 한 덕분인지 구성원들의 의견이 거의 비슷하다”라고 했다. 2006년 직원 2명으로 회사를 설립하기 이전부터 “100원 가졌을 때 10원 기부 못 하면 100억 원 가져도 기부 못 한다”라는 생각이었다고. 아동을 결연 후원하기 시작한 것도 학교 등록금이 필요해서 실용음악 학원에서 노래를 가르칠 때였다. 그때 후원한 아이들이 보내주던 편지도 삶에 큰 힘이 됐었다.
그때나 지금이나 어려운 사람들 사연이 나오는 TV 프로그램을 열심히 보는 편이다. “그렇게 안 보이시겠지만 제가 감정이 풍부해요. TV 보다가 막 눈물이 나면 CSR 실장님한테 전화해서 ‘우리 뭐 할 수 있는 거 없을까요?’ 하고 하소연하곤 해요.”
필리핀에 갔던 일은 좀 더 직접적인 자극이 됐다. “한 명이라도 더 도우려면 더 열심히 일해야겠다 싶었다”면서 그는 “제가 모든 일을 할 수는 없고, 다 하려고 해서도 안 되지만 지금 있는 위치에서 할 수 있는 일을, 구색 맞추기가 아니라 진심으로 해야겠다고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책상 위에 고이 모셔 놓은, 필리핀에서 어린이들에게 받았다는 종이상자 선물을 꺼내서 보여주는 그는 인터뷰 시작할 때보다 훨씬 생기 있어 보였다. 여러 가지로 반전이 있긴 하지만 다시 돌아보니 그 모든 캐릭터들이 어느덧 하나로 모아져 보이기도 한다. 한 대표의 진짜 얼굴, 진짜 캐릭터를 봤기 때문인 것 같았다.
_글 황세원(희망제작소 선임연구원) / 사진 이우기(사진작가)
_출처 네이버 해피빈